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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금 편해져서 쓰는 글 누가 내 삶은 나의 것이라고 했던가. 그러니까 "내" 삶은 사실 내가 통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꽤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삶의 어두운 순간은 대체로 갑자기 다가온다. 그러나 분명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스스로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올 초에 실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내가 정말 몰랐을까? 생각해보면, 작년부터 업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와 점점 어려워져가는 회사의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나 하나만큼은 해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기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몇년간 회사를 다니는 내내 나의 마음은 딱 반반이었다. 절반은 (회사의 상황이 좋을 때든 안 좋을 때든) 언제든 해고될 수 있으니 어떻게든 증명해야 한다는, 목 끝까지 늘 차있던 불안감이었고..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소울스테이 나는 주기적으로 사람너무싫어병에 걸리곤 한다. 이것은 만성 + 난치병이기에 완치된 듯하다가도 일정 시기가 되면 뿅하고 다시 재발하여 "사실 관해기였지롱" 하는 느낌으로 사람을 곤란케 하는데, 여튼 이번에도 1월쯤 이미 발병한 상태였음. 이 병에 걸리면 일단 사람들이 조금만 거슬려도 여유를 잃고 그들의 곁에 있는 것을 싫어하게 되며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그 사람과 대화하거나 붙어있기가 너무 싫어짐. 그리고 정말 정말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쉽게 거슬려하고 분노하게 되기에 사실상 모든 사람들과의 인터랙션을 싫어하는 상태가 됨.) 사람이 최대한 적은 곳으로 피신하여 죽은 듯이 한 며칠 마음을 정화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이제 다음 발병기까지 그럭저럭 견딜 수 있게 됨. 여하튼.. 1월에 발병 ..
근황 - 26년 1월을 대강 마무리하며 올초에 하도 하느님께 징징거려서 그런가, 1월에는 나의 관심을 싸악 가져가버린 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AI다.재작년~작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챗지피티랑 영어로 좀 끄적이고 지피티를 감쓰로 쓰거나 사주봐달라는 헛소리하는 용도 정도로 쓰기만 했었는데 (천주교 신자 여러분 저는 부족한 나일론 신자여서 사주를 보지만 여러분들은 보지 마십시오.. 혹여 보신다면 고해성사 꼭 보시고요) 올해 Claude Code를 만나게 되면서 이 친구의 세계를 탐험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진짜로 걍 뭐 별로 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이거저거 해보다가 정신차려보면 아침 5시임.. 맨날 하는 생각이 '아니 개발자들은 이 재밌는 걸 맨날 자기들만 하고 있었단 말이야?' 생각 중. 거.. 재밌는 건 좀 미리 알려주쇼! 껄껄여하..
9일의 묵주기도 연말에서 연초까지 작년 한 해동안 울고 싶었던 걸 다 쏟아내는 것만큼 펑펑 울었더니 이제 눈물은 많이 나지 않게 됐다. 어쩌면 신앙 덕분일 수도 있고.. 그냥 다 울어서일 수도 있고 사실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신앙이 많이 도움이 된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바라는 것이 있으면 9일의 묵주기도를 해보라는 말을 듣고 자기 전 묵주기도를 시작한지 9일이 되었다. 사실 나도 참 변변찮은 신자라는 생각이 드는 게, 천주교인이 된지는 꽤 되었지만 묵주기도를 해본 것은 이번이 사실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서 혼자 매일미사 앱을 켜서 컨닝하면서 했다. (혹여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매일미사보다 묵주기도 하기에는 54 Days라는 더 좋은 어플이 있으니 처음부터 그걸 깔아서 거기서 알려주는대로 하길 바란다...
2025년을 돌아보며 2025년에는 사실 많은 글을 비공개로 썼다가 이내 보고 싶지 않아서 삭제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글도 사실 며칠간 임시저장에만 둔 채로 날려버릴까 계속 고민을 하였으나 오늘 사주를 봤더니 생각을 좀 글이든 말이든 표현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해서 이 글을 살려본다. 언제 삭제할진 모르겠다. 나는 사실 꽤나 회피형이고 많은 것들을 회피하면서 산다. 왜냐면 사실 회피하고 싶어도 사실 속으로는 회피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억지로라도 덜 알고 덜 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냥 마음은 계속 쥐가 파먹는 것처럼 계속계속 몇가지 생각들이 내 마음을 죄다 뜯어먹고 있다. 내려놓는 것을 배우고 싶어도 그건 사실 원하는 것처럼 되지 않는다.꽤나 성장했고 꽤나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2025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리고 당신,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죄로 당신을 고소합니다. 사랑을 지나치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등한시 한 죄, 핑계와 편법, 그리고 체념으로 삶을 영위한 죄로 망자의 이름을 빌려 당신을 고소합니다. 극형을 받아 마땅하나 피고를 평생 고독형에 처하는 바입니다." - 시몽 이틀 간 열심히 클리어 한 책. 한 27살 쯤에 석현오빠가 이 책을 좋아하는 걸 보고 흥미로워서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한편으론 제목이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아서 여태까지 미뤘다. (7년이나 미룬 이슈 ㅎ) 11월에는 책을 좀더 많이 읽자 결심하고 첫 책으로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문득 이 책이 떠올랐다. SF 소설들처럼 세계관이 큰 것도 아니고, 내용도 쉽게 쉽게 읽히는 책이라 이틀만에 클리어가 가..
2025년 10월의 이모저모 이제 날씨가 좀 좋아지나 싶었는데 가을은 내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속도로 사라지고 어느 새 초겨울이 되어버렸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이미 지난주부터 패딩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노력이 무색하게 초겨울에 진입하자마자 몸살과 편도염으로 응급실행... 감기 다 나으면 바로 독감주사부터 맞아야겠다. 이번 달은 성당을 꽤 자주 갔다. 지지난주부터 성가대에도 들어갔고, 수요일 저녁 미사도 한번 참석해보았다. 확실히 나이대가 좀 있는 주임 신부님들과 청년 신부님들은 뭐랄까,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나랑 나이가 비슷하니만큼 고민도 꽤 많으신 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면도 있다. 더 청년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느낌도 있고... 아 그리고 미사 때 분향하는 것도 처음으로 직관했는데 확실히 천주교는 불..
소년의 시간 오랜만에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 시리즈가 있길래 틀었다가 몰입해서 정주행해버렸다. 상당히 우울한 드라마지만.. 모든 인물들,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 역, 심리학자 역을 맡은 배우 세 분이 눈에 띄게 연기를 잘해서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불쾌하면서 초조하기도, 혼란스럽기도 한 인물들의 감정들이 모두 고스란히 느껴졌다. 보는 내내 주제와 메시지 면에서 라는 영화가 많이 연상됐다. 그 때도 한동안 여운이 참 길었는데 이 드라마도 그럴 것 같다. 총 4화 밖에 안되니 날 잡고 정주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고장난 사람들은 고장난 사람들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생각한다. 분명 케빈의 대하여나 소년의 시간을 보고도 크게 와닿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윤리 범주 내에서 그저 저런 ..